얼마 후면 그녀의 생일, 아무개씨는 오늘도 식음을 미룬 채 고민 중~ 이유인즉슨, 연주회장은커녕 아는 고전음악이라고는 학교 다닐 때 음악 수업시간에 들은 곡과 수업의 시작을 알리던 전자음, 베토벤의 '운명'이 전부인 아무개씨에게 그녀는 어느 유명 교향악단의 연주회 티켓을 생일 선물로 요구했던 것이다. 선물을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티켓 한 장을 달랑 주고 혼자 가라고 할 수도 없는 일. 같이 간다 해도 고전음악은 수면제 정도로 알고 있는 아무개씨에게는 연주 시간 자체가 수면시간이 되기 십상인데.. 이를 어쩌나? 고민 고민 하던 아무개씨, 드디어 결심을 했는데.. "그래~ 나도 고전음악 팬이 되어 보는 거야~ 누구는 날 때부터 고전음악 듣고 자랐나? 그런데.. 어떻게 하면 되지?"
알게 모르게 우리는 많은 동서의 고전음악을 듣고 살아왔다. 학교 다닐 때 음악시간에 들은 음악은 물론, TV나 라디오의 광고 또는 배경음악을 통해 많은 고전음악을 들어온 것이다. 아무개씨와 같이 고전음악을 처음 접해보는 분들은 많이 들어본 익숙한 곡부터 듣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들어본 명곡 소품이나 우리 가곡 등으로 시작해서 자주 들어보자.
음악을 처음 접할 때 막막한 느낌이 든다면 음악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온 책이나 잡지를 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이나 잡지, 혹은 음악 사전을 항상 오디오 옆에 비치해 두고 자주 읽다 보면 어느새 전문인 못지 않은 지식을 갖게 될 것이다.
이 말을 고전음악 입문에도 적용해 보자. 고전음악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거나 즐겨듣는 친구를 사귄다면, 그 친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고, 조언을 들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고전 음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음악과 친해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사물놀이나 판소리 같은 우리 국악, 교향곡, 관현악곡, 성악, 오페라, 실내악곡, 합창곡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해보고, 우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장르를 선택해 익숙하게 만든 후 점차로 좋아하는 장르를 넓혀가야 한다.
아무개씨의 경우, 연주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방법들은 속 편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연주회가 얼마 남지 않았을 경우 그날의 연주곡을 CD등을 통해 여러 번 듣고 익숙하게 연주회장을 찾는다면 연주회 시간이 수면시간으로 변하는 일은 없을 듯.
'교과서에 나오는 고전음악', '초보자를 위한 고전음악 입문', '듣기 쉬운 고전음악', 등등.. 이제 아무개씨의 오디오 옆에는 각종 고전 음악 입문서들과 해설이 첨부된 CD들로 가득찼다. 하루 3시간씩 고전음악을 들은 아무개씨는 이제 길을 가면서도 고전음악을 흥얼거리게 되었고, 5곡 정도의 고전음악은 그 일부만 들어도 누구의 무슨 교향곡 몇 악장.. 이 정도는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일 그녀와 함께 갈 교향악단의 연주회에서 연주될 곡은 무려 20번이나 들어 익숙해지는 연습을 했다. 이제 기본은 갖추어 졌다. 다음은 무얼 해야 하나? 혹시 내가 모르는 무슨 예절이라도 ..? 그런데, 그건 어디서 배우나? 그녀가 날 무시할 지도.. 이를 어쩌지..?
연주회장의 관람 예절도 앞에서 말한 공연장에서의 기본 예절과 같다. 다른 사람들의 감상에 방해되지 않고, 연주자의 연주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연주회장의 관람예절이다. 아무개씨처럼 그동안 음악을 듣고 익히는데 열심이었던 사람이라면, 우선 마음가짐이 합격이기 때문에 관람 예절에도 크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다시 한 번 앞에서 말한 기본 예절을 읽어 보고 간다면 OK!
드디어 연주가 시작되었다. 아무개씨의 머릿속엔 이 날을 위해 준비해 왔던 지난 며칠이 영화처럼 떠오르고..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 왔던가? 귀를 열고 연주를 듣는 순간~ "대단한 지휘자야.. 저 사람, 누군지 아니? 조잘조잘.. 수군수군.." 순간, 머리의 온도가 화롯가 옆의 수은주처럼 올라가고,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아무개씨~ '참자, 참아 ..
미리 관람예절을 챙기지 않았더라면 나도 저렇게 무식한 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나 .. 그 순간, 아무개씨의 귀에 들려오는 작지 않은 소리 하나~ " 들 들 들.. 탁~" 녹음기 소리! 아무개씨는 다시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연주회 끝나고 보자. 저들에게 입장료 돌려 받아야지.. 아니, 정신적 피해 보상까지 받고야 말리라.'
다른 공연장도 그렇지만 특히 연주회장은 귀를 민감하게 열어 놓고 음악을 즐기는 자리다. 이런 연주회장에서 헛기침이나 부스럭거리는 소리, 옆사람과 수근거리는 대화를 듣게 된다면 짜증만 안고 돌아오는 연주회장이 될 것이다. 호출기나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 놓아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공연 도중에 녹음이나 사진 촬영은 금물! 무대 위 연주자의 정신을 산만하게 해 좋은 연주를 망치게 된다.
연주회 휴식시간은 연주장 로비에서 아는 사람과 인사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람과의 교제도 할 수 있는 좋은 자리다. 이때도 너무 큰 소리보다는 서로에게 들릴 만큼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하는 것을 잊지 말 것! 선진국민이 되려면 경제적 풍요와 함께 예의와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처음 음악회에 간 사람들에게 가장 난감한 것 중의 하나는 '언제 박수를 쳐야 하나?'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박수에 매우 인색한 사람들이다. 또 박수를 치기 싫어서라기보다는 언제 쳐야 할지 잘 몰라서 못 치는 경우도 많았다.
모든 악장이 끝난 후에 박수를 쳐야 한다.
프로그램을 보면 3~4곡씩을 묶어 놓고 있는데 한 묶음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면 좋다. 모든 악장이 끝난 후에 박수를 쳐야 한다.
한 악장으로 되어 있거나 소품일 경우는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칠 수 있다.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해서 사진을 찍거나 손으로 만져보는 것은 금물! 손에는 땀 등으로 인한 염분이 있기 때문에 작품이 손상된다. 그 작품이 인상적이라면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도록 손을 대지 않는 것은 작품을 사랑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다. 사진을 찍는 경우 플래쉬를 사용해야 하는데 플래쉬의 불빛은 작품에겐 치명적이다. 또한 다른 관람객들의 감상을 방해하므로 반드시 자제해야 한다.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도 마찬가지! 간혹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야만스러움을 두고두고 기록으로 남기는 셈이다.
아리아나 이중창이 끝나면 박수를 쳐야 하고 환호하는 뜻에서 '브라보'를 외쳐 가수들을 격려한다.
꼭 사진이 필요한 경우라면 박물관이나 미술관 측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전시실 입구에 있는 안내원에게 알아보거나 전시장에 오기 전에 주최측에 문의해 보고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면 플래쉬를 터뜨리지 않고도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필름, ISO 400정도의 필름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